[시(詩)여울] 꿈을 볶는 카페

2022-04-29     서기석 시조시인

회사 내 매점에서 우연히 널 보았어
그윽한 커피 향기 한가득 품고 앉아


빈자리
바라보고는
눈길 한번 주었지


나이는 먹어가도 감성은 소년이라
수줍어 돌아서듯 외면하고 말았는데


실은 나
커피 못 마셔
그래도 네 꿈 응원할게

 



시평(詩評)

시조시인의 시에는 자기 표현력이 주관적이지만 젊은 작가들이 본 받을 만한 독특한 진실성이 담겨 있다. 분명히 다른 작가들과 남다른 면이 있다. 그래서 시인을 바라보는 눈길에는 생기가 솟아난다.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요즈음 「나 커피 못 마셔」라고 당당하게 말 할 수 있는 자세 또한 바람직하다. 꿈을 응원하는 사람들이 잘 가는 커피전문점은 남다를 것이다. 잘 못 마시는 커피지만 대화가 필요하고 마음을 함께 나누고 싶을 때는 커피향만 마시며 그 자리에 있을 수 있다. 사람이니까. 그런 커피점 어디 없을까. 아마도 시인은 시로서 그 갈증을 충분히 해소할 수 있겠지만, 현실 속에서 자신보다는 타인에 대한 배려로 꿈을 볶는 커피점의 무한행복을 기대하고 싶은 것이리라.

 


서기석 시조시인

약력

1972년 충남 공주 출생
2016년 계간 『문예춘추』 시 부문 등단
2019년 계간 『시조시학』 시조 부문 등단
수원문학인상, 젊은 작가상 등 수상
수원문인협회, 열린시학회, 한국시조시인협회 회원, 희망의 시인세상 동인

꽃 양귀비 [사진=류중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