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있는마을] 고흐는 우키요에를

2021-12-31     오늘 시인
사진 김양수

 몸속의 지뢰를 제거하기 위해 푸른 신경의 현을 하나씩 자를 때마다 정수리에 걸린 달 속으로 실금이 퍼졌다

 미치도록 불안한 희열이 끝없이 네 눈동자를 핥는다

 극단적인 네 눈빛을 사랑해

 순수하지 못한 날들은 시퍼렇게 질려가고 어떤 색을 섞어도 우리의 계절은 겹치지 않았다 나는 외로운 곳이라서 너의 과거로 태어나야만 했고 늦은 해가 나무를 끌고 넘어가는 각도로 당겨지길 원했다

 강박으로 섞은 배경에도 너를 멈출 수 없어 열이 들끓었다

 한 사람이 울며 지나가는 다리 밑에는 그리다 만 꽃이 만발했고 울던 사람이 강으로 번졌다 네 이름을 부르는 것을 표절이라 했을 때에도 꽃의 동경은 무너지지 않았다

 눈빛은 균열 속에서도 배경 없이 찬란하다 너의 매화를, 사랑했을까 표절했을까

 


오늘 시인

약력

2006년 「서시」 등단. 시집 「나비야, 나야」 「빨강해」.

저서 「윤동주의 시에 나타난 멜랑콜리 연구」.

제10회 시산맥작품상, 제16회 지리산문학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