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여울] 국화차

2021-11-19     황병숙 시조시인

긴 겨울 건너오듯
천천히 우려내면

거기, 메마른 삶
젖어드는 단비처럼

해맑게
꽃잎 피는 소리
귀 한 촉 내민다
 


시평(詩評)

기도하는 심정으로, 별꽃같이 맑은 성정으로 시를 쓰는 문인이 있다. 황병숙 시인이 바로 그렇다. 언어의 정갈함이라니 어쩌면 그렇게 시가 고우랴. 거칠고 뭉툭한 시어로 세상을 낚는 사람이 있다면 위 시에서처럼 귀 한 촉 내밀고 세상 어딘가에서 속삭이는 소리, 꽃잎 피는 소리를 들어 주는 시인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기쁜 일인가. 정말 살맛나는 세상에는 그런 시인들 모두 함께 시의 텃밭을 가꾸었으면 좋겠다. 그 밭에는 건드리기만 해도 시어가 뭉클뭉클 튀어나와 햇빛만 봐도 시어가 잉태되고 산들바람만 불어도 시의 가지가 뻗어 났으면 좋겠다.

벌서 입동이 지났는데 국화향은 아직도 들녘에 진동한다. 그 꽃잎 한 줌 따서 덖어 이 가을 국화차로 끓여 마시면 저절로 가을 깊은 정취에 빠져 시 한 자락 올릴 수 있으려나. 황병숙 시인처럼.....

 

 

황병숙 시조시인

2016년 한국문단 창조문학신문 시조 장원2017년 열린시학 한국동시조 등단 열린시학회, 두레문학, 우리 시(詩), 한국문인선교회 활동한국문인협회 수원지부 회원, 별빛문학회 시부문 우수상, 자랑스러운 수원문학인상 수상, 수원문학 창작지원금 시집: 『숨길 수 없는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