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여울] 달력

2021-10-25     한미숙 시인
『문학과 비평』으로 등단 『문학과 비평』 작가회 회원 수원문인협회 회원

삶의 무게를 가슴에 새긴 채
조용히 벽에 매달려
하루도 쉬지 않고 그 자리 지키네

사그락 뚝뚝 빗방울이 불러내도
바위처럼 굳은 심지 미동도 없어라

일 년을 불평 없이 제 역할 다 하고
숙명처럼 다음 해에게 자신을 내어주는
묵언의 수행자가 너로구나
 

 

 


시평(詩評)

한미숙 시인은 생활이 시라고 표현할 만큼 시적 감성이 풍부한 작가다. 그는 작은 일에 섬세하며 어려운 삶에 힘들어 하는 이웃들에게 최선을 다 한다. 그들과 함께 공감하고 함께 마음 아파하며 자신에게는 절제의 감정이 남다르다. 집에서는 연로하신 양가의 어머님을 두 분 다 최선을 다해 모시고 있다. 그녀가 사는 삶은 누가 시켜서는 절대로 할 수 없는 진정한 마음의 울림이 없고는 할 수 없다. 문득 그녀가 달력을 보며 시어를 건져 냈다는 것이 또하나의 반전이다. 잘 살아 냈으니 보여 지는 것이 아닌가 싶다. 묵언의 수행자라니, 창밖에 세찬 빗방울이 유혹을 해도 미동 없이 자기 일을 충실하게 해대는 달력을 보며 어쩌면 자신의 삶을 돌아보지 않았을까 상상이 간다. 세월의 틈바구니에서 올 한해도 안팎으로 팍팍한데 한시인의 시선 따라 불평 없이 묵묵히 견디다 보면 분명 좋은 날이 만개할 것이라고 기대해 본다.

수원문인협회 회장 정명희

수원문인협회 회장 정명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