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케미칼-애경산업 前 대표 '가습기 살균제 사건' 1심서 무죄

가습기 살균 성분 CMIT와 MIT, 폐 질환·천식 등 결정적 증거 충분치 않아 검찰 입장문에서 선고 관련 즉시 항소밝혀 피해자들 "절대 인정못해" 기자회견에서 호소

2021-01-13     이민희 기자
▲서울중앙지법은 12일 가습기 살균제 사태로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이사와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이사 등에 관해 "공소사실이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다"면서 무죄를 선고했다. 이날 무죄를 선고받은 홍 전 대표(왼쪽)와 안 전 대표(오른쪽)가 법원을 막 나서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가습기살균제를 제조 및 판매한 SK케미칼과 애경산업 전 임직원들이 12일 1심 재판에서 무죄 선고를 받아 사회적 파장이 크다.

서울중앙지법 형사 23부(재판장 유영근)는 가습기 살균제를 판매·제조해 소비자 98명을 사망 또는 상해에 이르게 한 혐의로 기소된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이사(71)와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이사(62) 등 13명에게 "공소사실이 인체에 직접적으로 해를 일으켰다는 결정적 증거부족으로 유죄가 증명되지 않는다"고 무죄를 선고한것이다.

홍 전 대표와 안 전 대표 등은 2002~2011년 '가습기 메이트'제품을 판매 하는 과정에서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2019년 재판에 넘겨졌다.

이 업체의 가습기 살균 성분인 클로로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CMIT)과 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MIT)이 인체 유해물질인지를 확인하는것이 이번 재판의 결정적 쟁점으로 떠 올랐는데, 1심 재판부는 "CMIT와 MIT 성분이 담긴 가습기 살균제 위험성을 확인하기위한 동물실험과 역학조사를 진행했으나, 두 성분이 폐 질환과 천식 등에 영향을 줬다고 보는 증거가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또한 재판부는 "CMIT, MIT 관련 실험을 한 전문가들도 법정에서 두 성분을 사용한것이 사망또는 상해에 인과관계가 있다는 취지로 진술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앞서 관계자 대부분이 유죄판결을 받은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옥시,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이 PHMG 성분을 사용해 2018년 대법원에서 징역 6년형 등 을 확정 받은 바 있다.

재판부는 "PHMG 성분은 흡입 독성이 강함에도 불구하고 인체검사를 거치지 않고 출시했다"며 "PHMG와 CMIT, MIT는 유해성에서 많은 차이가있다"고 부연 설명했다.

환경부와 다른 결론을 낸 이유에 대해 재판부는 "기존 피해 인정기준은 국가가 피해자 구제차원에서 보다 폭넓게 피해를 인정하는 방향으로 기준을 완화하는것"이라면서 "이 기준을 엄격한 증명이 필요한 형사사건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반면 재판부는 PHMG 제조·판매에 관여 업무상 과실 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SK케미칼 전 직원 4명에게도 무죄판결을 내렸다.

이에 대해 검찰은 "SK케미칼이 독성 수치 등 허위로 기재한 사실, PHMG가 가습기 살균제 원료로 사용된것을 은폐하기위해 실험보고서 제목을 은폐한 사실등이 입증되었음에도 재판부가 관계자들의 형사책임을 내리지 않았다"고 밝혔다.

1심 판결 직후 검찰은 SK케미칼과 애경산업 전직 임원들에게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것과 관련 항소하겠다는 입장문을 냈다.

가습기 살균제 기업 무죄 판결에 분노한 한 피해자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가습기 살균제 사태에 연루돼 재판에 넘겨진 SK케미칼과 애경산업 전직 임원들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를 받은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 앞에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조순미 씨가 해당 선고 결과를 듣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가습기 살균 피해자들은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판결은 사법부의 기만"이라며 반박 호소를 눈물로 알렸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2011년 첫 피해자가 발생했고 2016년 말 환경부 산하기관이 집계한 피해자만 5321명이고, 사망자는 1006명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