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여울/세모歲暮에

2020-12-28     김운기 시인
김운기 시인

시작이야 있었겠지만,

채워지지 않는 끝
파한 술자리에 남은
빈 소주병처럼
정돈되지 않는 그믐밤

울에 갇힌 숫염소 마냥
덧없이
허공에 뿔질해 대다가
제풀에 주저앉은
오만한 세월이여

가라
신새벽 취기도
어스레한 가로등 불빛도
휘청거리며 찍어 놓은
저 어지러운 발자국도
쥐뿔도 없는 오기도
이 밤 새거든
가라

모두
가라
 

[사진=임종삼 소설가 · 사진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