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할아버지를 똑 닮은
손자가 태어났다
남자아이를 안아보니
묵직함이 느껴지며
까닭 모를 기쁨의 눈물이 흐른다
아주 오래전 여름 딸을 출산한 내게
당신이 내게 건넨 장미꽃 한 다발
삼십 년의 세월을 건너 코끝에 전해오는 듯하다
영상통화로 보여준 손자의 모습
여름 파도처럼 우렁찬 울음소리와
한쪽 볼에 오목한 보조개까지
할아버지 모습과 닮았다
장미꽃 한 다발을 사서
추억을 소환해 준 딸에게
전해주어야겠다
그 옛날 외할아버지가
내게 전해 주었던 것처럼
시평(詩評)
목경화 시인을 한마디로 말하면 감성시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녀는 살다가 우연히 만나는 삶의 장애를 의연하게 넘어서며 마음을 정화시키고 다듬어 낼 줄 아는 결 고운 시인이기도 하다.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에 반듯한 외모와 맞물려 어린이집 아이들을 보듬고 사랑하는 마음또한 순수하고 극진하다. 가끔 그녀는 트롯가수의 노래에 빠져 행복을 함께 담아내고, 본인의 시를 자작하여 작곡으로 만들어진 노래를 강열하게 표현하기도 한다. 당당하고 소신있는 표현과 적극적인 태도가 주위를 긴장시키기도 하지만 여린 구석이 물씬 배어나오는 여류시인임에 틀립없다. 그런 그녀가 갓 태어난 손주의 모습에서 돌아가신 손주의 외할아버지를 만나니 그 얼마나 감동스러운 광경인가. 3연에서 울컥할 정도로 ‘영상통화로 보여준 손자의 모습’에서
‘여름 파도처럼 우렁찬 울음소리’ ‘한쪽 볼에 오목한 보조개까지’ 할아버지 모습과 닮았다고 하니 그 느낌은 전율 그 자체일 수밖에. 다시 곱씹어 보는 목경화 시인의 시에 한 줄 한 줄 배어있는 그리움이 시를 읽는 독자들로 하여금 마음을 출렁이게 한다.
<경기문학인협회장, 경기산림문학회장 정명희>
약력
2015년 한국시학‘당신인가 하여’로 신인상 수상
수원문인협회 감사
경기여류문학회 회원
시집 ‘그리움의 빗장을 열고’
현) 수원 시립매탄어린이집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