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해 여름은 뜨겁고도 길었다. 우리에게 주는 특별한 게시였을 것이다.
여름의 열도가 점점 더 뜨거워지고 결국에가 서는 태양의 암묵적 폭발을 암시하는 듯 했다.
이러다가는 무슨 문제가 일어 날 것이라는 것을 사람들은 느끼고 있지만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는다. 그것은 오랜 응답과 해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만 팍팍한 삶의 실제 현장에서는 ‘한가롭게 무슨’하며 뚝뚝 떨어지는 땀을 훔칠 뿐이다.
살아남기 위한 필수 과제일 뿐이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는 한 사람, 녹녹치 않은 하루하루가 지속해서 펼쳐진다. 땀을 닦기 위해 걸쳐둔 수건이 물인지 땀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흠뻑 젖어 있다. 언제 얼굴이 하얀 적이 있었을까 의문이 갈 정도로 까맣게 구워져 있다. 조금 있으면 아프리카로 갈 것 같은 모습인데 표정만큼은 살아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어디로 가는 것일까. 저만치 걸어가는 뒷모습을 투영해 보며 생각에 잠긴다.
삶을 이끌어 가는 일은 사람마다 차이가 있지만 어떤 삶이든 간에 귀하고 특별하다. 그 속에는 이유가 들어 있다. 어떻게 살아 왔는지를 깊숙이 들어가 보면 이해 할 수 있다.
생각도 천차만별 살아가는 모습도 천차만별이지만 흔히 말하는 단 한 번뿐인 인생을 어찌 함부로 말할 수 있을까.
오후 두시, 서둘러 집을 나선다. 갈 곳은 많다. 그러나 목적은 다른 곳에 두고 밖을 배회하는 것 같아 스스로에게 원망이 앞선다. 다시 또 부푸는 마음의 벌룬이 눈앞에 펼쳐진다. 언젠가는 터져 버릴 것 같은 예감이다. 왜 여기까지. 그러나 생각보다 가야할 명제로 차문을 연다. 훅 달아오른 차 속의 열감이 장난이 아니다. 주차장이 없는 노천에서의 여름은 공포감을 준다. 자리에 앉아 핸들을 잡다 놀라서 손을 뗀다. 핸들은 팽창하는 열을 과감하게 뿜어댄다. 차가 폭발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벌겋게 데어버린 손 전체가 진한 붉은 빛으로 변해 버렸다. 이미 화상 수준이다.
시간이 정해진 곳, 약속은 잡혀 있는데 놓칠 수가 없다. 애를 써서 다시 핸들을 잡아 본다. 이번에도 아니다. 임기응변이 저절로 나온다. 목에 두르고 온 레이스 스카프를 벗어 손으로 감싼다. 그리고 천천히 핸들을 돌려 본다. 직전의 열감은 변함이 없다. 타는 것은 세상 전부다.
가야하는 길, 시동을 켜고 목적지를 향한다.
출정식이 벌어진다. 단정하게 입은 여인들이 줄줄이 늘어서 있다. 여성들의 섬세함이 목적을 달성시키는 단추다. 요즘 들어 제일 많은 시간을 함께 하는 아바타가 뒤에 앉아 있다.
“매일매일은 소중합니다. 여러분들의 꾸준함과 열정이 우리 주변을 살리고 희망을 가져 옵니다.”
각자의 소개를 하고 아바타는 곁들여 내 소개를 해 준다. 뜨겁게 포옹을 해 주는 그녀에게 감사와 감격의 물결이 솟구친다.
눈물이 흐른다.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눈물, 하지만 얼마만인가. 행사장에서 이런 눈물을 흘린 적이 과연 있었던가. 눈가에 촉촉이 적셔지면서 눈물이 쉬지 않고 흐른다.
주위 사람들이 눈물을 닦으라며 휴지를 가져다준다. 이렇게 좋은 날 새로운 출발이 기다리고 있는데 왜 울고 있지?
의아해 하는 눈빛들이 순간 모아진다. 말없는 응원들이 집중한다.
‘나보다 더 많은 마음고생을 한 당신 때문에 나, 울고 있어요.’
아무도 모르는 감동의 눈물이다.
땀에서 시간의 전과 후를 예측할 수 있다면 눈물은 다양하고 변화 많은 순간의 결정체다.
땀도 눈물도 원인에서 출발하며 그 결과는 세상의 어느 것보다도 진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