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분주하다.
3주간의 유럽여행을 끝내고 한국으로 돌아오는 딸에게 신랑과 함께 인천공항으로 마중을 가는 중이다.
내리는 빗물이 차창으로 살짝 노크를 하니 지난날 노무사 시험을 준비했던 딸의 모습이 오버랩 된다.
철저한 시간 관리와 자신과의 싸움이 한동안 전개 되었다.
때론 응급실도 마다 않고 몇 번 씩이나 오고가며 공부했던 수많은 날들 이제는 보상을 받듯이 유럽 여행을 시작한 첫 시발점이기도 했다
노무사 시험을 합격하고 보니 딸이 다녔던 신림동 학원에서 딸에게 첨삭하는 선생님으로 아르바이트를 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권유를 받았다. 첨삭을 받았던 학생의 신분에서 첨삭하는 선생님이 되어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니, 얼마나 감개무량할까.
청춘의 에너지는 더 넓은 세상을 활보하게 만든다. 반복된 삶이 아닌 새로운 세계에 발을 디뎌 놓았으니 그 환희를 무엇이라 표현할 수 있으랴.
3주간의 여행은 많은 것을 변화 시켜 주었던 것 같다. 셔터를 아낌없이 눌렀을 감격의 순간이 고스란히 사진 속에 들어 있다. 감추어 두었던 열정을 파격적인 옷으로 화보를 찍는데 쏟아 부었을 것이다.
날개를 펼치듯 과감없이 끼를 발휘한 모습이 모델로서 손색이 없을 정도다. 자연스러웠던 유럽의 거리와 한 몸으로 동화되어 있는 딸이 대견스럽다.
건물 하나하나가 책에서 바로 튀어 나온 것 같은 실물들을 눈앞에서 바라보았으니 경이로움과 놀라움의 극치는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었을 것이다. 보내준 사진은 마치 나도 유럽여행을 하는 착각 속에 빠진다. 영상 통화를 하며 그곳에서 함께 여행을 하는 기분을 최대한 즐감한다.
시공간을 초월한 인터넷의 위력은 곧바로 같은 창에 함께 있음을 직감한다. 마음으로 엔돌핀을 상승시킨다.
다음엔 엄마랑 꼭 가자고 하는 말이 머릿속을 감싸고 뱅글뱅글 돈다. 은근히 기대가 된다. 벌써부터 몇 년 뒤 함께할 여행에 벌써부터 가슴이 콩닥 거린다.
‘가슴이 뛸 때 꼭 다녀와야 되는 곳이라는 유럽여행, 건강한 몸을 단련하며 그날을 기다려야지’
공항으로 나오는 딸의 모습을 보며 환한 미소로 안아 준다. 반겨주는 엄마의 냄새부터가 전율이라며 감격 하는 딸이 눈앞에 있다. 꼭 사진으로 남겨야 한다며 생동감 있게 셔터 누르는 소리가 상쾌하다. 건강한 모습으로 도착했으니 더 무엇을 바라랴.
엄마의 냄새가 그리웠을 집 밥을 챙겨주니 집의 편안함에 피곤함은 어디 갔는지 재잘거린다. 따끈따끈한 선물은 바로 주는 것이라고 유럽여행에서 사온 선물을 꺼낸다. 유명한 S회사의 화장품, 냄새만으로도 압도해 버리는 마력의 화장품에 엄마를 생각하는 딸의 모습이 연상된다.
더욱이 프랑스에서 구입한 엽서로 손 편지까지 쓰며 사랑을 전해준 딸의 정성에 무한 감동이다.
가끔은 티격태격하는 모녀지만 서로의 사랑을 확인할 수 있었던 딸의 유럽여행이다.
얼마간은 유럽여행을 가슴에 간직하며 친구들에게 쏟아낼 언어들이 넘쳐나 있을 딸. 나의 얼굴에도 사르르 행복한 미소가 번진다.
젊음의 열정으로 가득 채워질 미래의 딸 모습이 그려진다.
딸을 위해 기도하는 두 손에 뜨거운 힘이 솟구친다.
약력
시인
『푸른문학』등단
수원 문인협회 회원, 문학과 비평 회원
시립 어린이집 교사
시집 『아름다운 나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