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초만 무성한 텃밭
오이 가지 상추가 걱정이다
한 걸음 한 걸음
지팡이에 의지하다가
털석 주저앉은 엉덩이
늘어진 상추 진액 주르르
끈끈한 입을 내밀며 엉긴다
훅 들어오는 진한 흙내음
힘 빠진 손이 허공을 붙잡으려
휘젓는다
자식들 얼굴 지난날들이
텃밭에서 움씬움씬 자라난다
욱신거리는 극심한 통증
혀 밑의 진통제가 잠시
위로를 부려 준다
걱정마세요, 아버지
우린 당신의 텃밭인걸요
시평(詩評)
이 세상의 자식들은 부모에게 진심 아닌 사람 있을까. 유난히 효심 지극한 요즘 보기 드문 한 사람의 헌신을 보았다. 아버지의 아픔이 들어난 오십일, 그녀는 한 시도 멈추지 않았다. 언제나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아버지의 통증과 아버지의 괴로움을 과시하지 않고 붙어 있었다. 아버지에 대한 그녀의 사랑은 이 시대의 생생한 감동이라고 외치고 싶을 정도였다. 마음도 몸도. 그녀의 정성은 애절했고 시시각각 닥쳐오는 절대 절명의 아버지 임종에 대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눈물겨웠다. 알면 알수록 경탄을 금할 수 없는 그녀의 사랑, 그리고 헌신, 그 내면의 소리가 시가 되었다. 하물며 아버지의 텃밭까지도, 그녀에겐 금쪽같은 아버지에 대한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되기까지 한 그 대목을. 우리는 직시하지 않을 수 없다. 아니 깊이깊이 음미해야할 것이다.
<경기문학인협회장, 경기산림문학회장 정명희>
약력
시인
문학과 비평 작가회 회원
수원문인협회 사무차장
경기문학인협회 기획차장
화성바르게 살기 운동본부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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