쇄도재 올라서자 꽃향기 밀려온다
갯내음 바람속에 간간히 실려온다
두륜산
봄이 왔구나
사스레피나무 향기로
성도사 오름길에 귀신 새 울음운다
어두운 숲속에서 끼이이 히이이이
두륜산
봄이 왔구나
호랑지빠귀 소리로
해남끝 산봉우리 여덟 잎새 꽃봉오리
가련 두륜 고계 노승 도솔 혈망 향로 연화
두륜산
봄이 왔구나
연꽃 닮은 봉우리로
한겨울 사철 푸른 아열대성 상록수림
개비자 동백나무 굴거리 붉가시나무
두륜산
봄이 왔구나
땅에 내린 동백으로
시평(詩評) / 경기문학인협회장 정명희 시인, 수필가
작가는 소설가이며 사진작가이다. 산을 좋아해서 시간이 나면 전국명산을 누비며 꽃사진을 찍고 자연 풍경을 담는다. 그의 마음은 한결같은 구름이요, 하늘이요, 변함없는 자연의 마음을 가졌다. 그는 거짓이 없는 있는 그대로의 마음을 자연에서 찾아낸다. 이번 시도 그러하다. 해남의 두륜산을 다녀와 풍경을 시로 담았다. 사스레피나무 향기로/ 호랑지빠귀 소리로/ 연꽃 닮은 봉우리로/ 땅에 내린 동백으로 봄이 왔음을 알린다. 그의 사진 속에는 한폭의 풍경소리가 담겨 있다. 아마도 함께 봄을 알리자는 시인의 마음이 들어 있는 듯하다. 봄을 찾아 떠나는 시인이 있기에 세상은 한층 더 살맛이 난다. 시인의 작품이 빛나는 것은 시어가 살아있고 굽이굽이 살피는 시인의 관찰력이 사유가 되어 언제 어디서고 시적감성을 느끼게 하기 때문이리라. 새 봄이 서서히 물러가고 이제는 초여름 살짝 지나간 봄 풍경 한 폭을 시에서 꺼내보자.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저 아름다운 것이니.
약력
경기문학인협회 고문
제 2회 신라문학대상
동화집 : 까막딱따구리
꽃시집 : 수수꽃다리
소설집 : 광개토태왕의 하나개 상륙작전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