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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여울] 다시, 길 1 ―통행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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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여울] 다시, 길 1 ―통행금지
  • 신경숙 시인
  • 승인 2022.06.13 10: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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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터는 입을 닫고 있었다
 

그늘 뒤에 숨어있는 더위에 대하여

목이 메고 보고 싶다는 얼굴에

그리고 8월, 그날에
 

비 내리는 거리, 시선은 모래시계 눈금에 고정한 채

불쾌 온도가 내려가길 기다렸다
 

한참을 생각했다
 

떠난 이들과 남겨진 이의 내일에 대하여

얽힌 뿌리털의 만남과 헤어짐의 시작점을

현재의 여자를 위한 몇 가닥의 바람

겹겹이 숨겨놓은 구절초 꽃잎의 속내를
 

비워 놓았다 말했다
 

떠나보내지 않았으나 곁에 없으므로

안부를 묻는 이들에게

가질 수 없기에 놓아버린 손을

잠이 들지 않는 밤, 다시 내미는 손에 대하여

 
아무런 일없이 밥상을 차리는 아침

가방을 챙겨주는 무심한 남자

뒤꿈치에 매달린 상처 여전히 까끌까끌하고

이젠, 냄새를 버린 몸의 무늬 지운 자리에

통행금지의 길 하나 삭제되고 있다
 

가둬놓은 흉터는 지퍼를 열지 않아도 새어 나온다.

 


시평(詩評)

이번 신경숙 시인의 시는 저절로 마음을 끌어가는 느낌이 가득하다. 차분하면서도 원숙한 그의 시어가 촉촉하고 감성적이다. 그의 시제는 반전을 생각하게 한다. 다시, 길인데 통행금지라니. 생각의 사유는 깊고 넓다.

떠난 이들과 남겨진 이의 내일까지 한 편의 시에 담기 위해 얼마나 고심했을까.

「얽힌 뿌리털의 만남과 헤어짐의 시작점을

현재의 여자를 위한 몇 가닥의 바람

겹겹이 숨겨놓은 구절초 꽃잎의 속내를

비워 놓았다 말했다」

구절초 향을 연상케 하는 시어는 소물소물 우리를 감성의 바다로 이끌어 간다.

비운다는 것은 시인들에게 설레임으로 온다. 가득차서 넘치는 것 보다 허기를 느끼는 비움을 시인들은 시로 채운다.

신경숙 시인이 바로 그렇다.


신경숙 시인
신경숙 시인

약력

2002년 지구문학 등단

수원문인협회 회원

시집 비처럼 내리고 싶다

남자의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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