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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그녀는 예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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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그녀는 예뻤다
  • 전옥수 수필가
  • 승인 2022.03.06 11: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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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꽃무늬 원피스를 입은 그녀와 마주했다. 소화가 안 된다며 죽과 묽은 수프만 몇 스푼 뜨다 만다. 남달랐던 이전의 먹성은 오간데 없고 핼쑥해진 그녀가 안쓰러움을 더했다. 어깨에 걸친 엷은 복사꽃 빛 니트 사이로 보이는 노란 목덜미가 조명 탓이라고 하기엔 심상치 않음이 느껴졌다. 부쩍 줄어든 말수에 목소리마저 흐릿했다.

의사의 진단 결과와 마주한 그녀의 병상엔 가뭇한 그림자가 자욱했다. 신께서는 뭐가 그리 급해서 젊은 그녀에게 저토록 가혹해야만 했을까. 동일한 의구심을 담은 채 멀뚱멀뚱 누워있는 옆 병상의 환자들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바라본다. 실어증 환자의 말문처럼 숨 조이듯 좁고 답답한 6인 병실에서의 결연함은 환자든 가족이든 누구를 막론하고 절대 겸허를 수반하지 않을 수 없다. 걱정과 한숨이 길게 드리워진 침상 끝에서 기도의 손을 모은다. 참회의 기도가 길어질수록 일말의 기적 또한 간절함에 담았다.

때 이르게 길가에 피어난 코스모스처럼 흔들리며 시들어가던 그녀. 손등에 불거진 혈관들은 산사태로 갈라진 물길처럼 시퍼런 길을 내며 안타까움을 더했다. 가늘어진 목덜미는 하염없이 길게 느껴져 한숨 같은 청승에 싸여있다. 시도 때도 없이 찾아드는 헛구역질은 그녀의 소화기관을 다 파헤치고 뒤집어 놓는다. 등줄기에 통증이 다가올 때마다 씩씩하기만 하던 그녀의 침상은 신음으로 자욱했다.

매사에 철두철미한 그녀였다. 그동안 몸담았던 직장에서의 업무들을 병상에서도 정확하고 깨끗하게 인수인계하며 빈틈없는 그녀의 성품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었다. 살아오면서 고마웠던 것들만 생각난다며 만날 때마다 고맙다는 말과 용서라는 말을 습관처럼 한다. 누군가에게 주었을 자신도 모를 상처들을 애써 계수해내며 육신에 드리운 통증의 깊이보다 마음이 더 괴로워하고 있다. 비로소 자신의 죽음을 대면하면 저토록 처연해질 수 있을까 세상과의 작별을 그녀는 온 맘을 다해 하나하나 세심하게 준비하고 있었다.

그녀의 눈을 차마 쳐다볼 수가 없었다. 췌장암 선고를 받고 일말의 가능성을 얘기할 때 만해도 그녀는 어떤 전공의보다 암이란 질병에 대한 박식함과 탁월한 정보로 치유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다. 다만 병실을 찾는 방문객들의 걱정과 탄식만이 시름에 젖을 뿐, 그녀의 유쾌함은 다른 환자들과 방문자들을 오히려 위로하고 있었다. 항암치료와 병행되어 다양한 치료 방법들이 구전을 통하여 동원되고 관심과 협력이 절실히 필요한 암과의 전쟁이 선포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밝은 그녀의 모습은 끝내 주변 사람들을 웃프게 하곤 했다.

목화 꽃을 좋아하는 그녀는 마지막 생일을 병상에서 맞이했다. 애써 씩씩해 보이려 안간힘을 쓰며 마지막일지 모를 생일 케이크를 자르는 그녀의 손이 흔들렸다. 앙상한 그녀의 손위에 살며시 내 손을 포개 얹으며 그 떨림을 부정해 본다. 신부같이 고운 케이크 위로 빗방울이 흩날린다. 병실 문을 밀고 들어오는 교복 차림의 아들 손에 들려진 목화 꽃이 하얗게 웃는다. 엄마가 좋아하는 꽃이라 힘들게 구해 왔다며 목화 꽃다발을 그녀 품에 안겨준다. 엄마를 생각하며 목화 꽃을 찾아 빗길을 헤집고 다녔을 어린 두 아들의 심정을 따라 밟으니 가슴이 뻐근하게 저리며 아프다.

십 년은 젊어진 영정 속 그녀가 조문객을 맞는다. 익숙한 옷, 익숙한 미소, 더 익숙해진 목소리로 어서 오라며 손잡을 것 같은 그녀 앞에 국화 한 송이 떨림으로 올려 놓는다.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그녀를 보내며 언젠가 도래할 내 죽음을 생각한다. 조금 일찍 출발한 그녀에게 잘 가라는 인사보다 기다려 달라며 눈물이 앞서 나가 오열한다. 그 어느 때보다 여유로운 표정의 영정 속 그녀가 오히려 나를 위로하며 미소 짓는다. 함께했던 그녀와의 시간들이 여름날 소나기처럼 뜨겁게 퍼붓는다.

 


전옥수 수필가
전옥수 수필가

약력

2008 계간문파로 등단. 수원문인협회, 한국경기수필 회원. 계간문파 편집위원

저서 : 시집『나에게 그는』 공저 『가다림은 흩어지고』외

수상 : 호미문학대전공모수상, 경기수필공모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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