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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읽는 수필] 무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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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읽는 수필] 무언가 있다
  • 맹기호 수필가
  • 승인 2021.11.19 16: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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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서양화 개인전이 끝났다. 36일간의 대장정이 끝났다. 40여 년의 회화 인생에서 대표작 30여 점을 골라 전시하였다. 오랜만에 연 개인전이어서 감회가 깊었다. 많은 사람들이 와서 구경하고 축하해주었다. 감사한 일이다. 평생 그림을 하면서 비구상 계열 근처에는 가지 않고 성실하게 구상 계열의 그림만 그렸다. 주로 바닷가 풍경을 많이 그린 것은 내가 대부고등학교 근무 시절 하교하면 바닷가에 나가 자주 그림을 그린 때문이다. 몇 건의 감사한 구매 요청이 있었으나 개인 미술관을 짓고 영구히 보존할 작품이라는 설명과 함께 정중히 사양하였다. 오늘 작품을 철수하였는데 힘들었다. 유리에 액자까지 끼운 작품이어서 매우 무거웠다. 혼자 아주 천천히 작업을 끝냈다. 집으로 여러 차례 날랐고, 집에 와서는 다시 2층의 그림 창고로 올렸다. 의사는 관절염을 걱정하여 계단 내려오기를 하지 말라 했으나 내 집에 엘리베이터가 없으니 어쩔 수 없다. 여러 차례 계단을 오르내리며 작업을 끝냈다. 아내는 저녁을 먹고 바로 휘트니스 클럽에 갔다. 나는 2층으로 그림을 나르는 작업을 끝내고, 뒤따라 운동하러 갔는데 평소보다 꽤 늦은 시간에 출발했다. 평소에는 늘 같이 운동하러 다녔는데 그림 철수 때문에 나만 늦었다.
 휘트니스 클럽에 도착하니 우한 코로나로 분위기가 휑하다. 사람이 없고 흐릿한 조명만 흐느적거린다. 이러다가 문을 닫으면 어디서 운동을 하나 걱정이 된다. 아내는 보이지 않았다. 이미 운동을 끝내고 샤워장에 들어간 것이다. 나도 운동하러 왔다고 알리고 싶었으나 방법이 없다. 요즈음 어깨가 아프다. 오십견 치료 운동으로 5가지 헬스기구 운동에 열중하였다. 통증이 심하게 밀려왔지만 의사는 아플수록 운동을 해야 오십견이 낫는다고 했다.
 근육 운동을 하다 보니 저쪽 구석에서 아내와 매일 운동을 함께하는 여성이 보였다. 그녀도 나처럼 오늘 늦게 왔나 보다. 나는 오늘따라 혼자 집에 가기 싫어 아내에게 기다리라고 연락을 취해야하는데 아내가 이미 여성 샤워장에 들어갔으니 연락할 방법이 없다. 그녀가 벨트마사지 운동을 하고 있다. 벨트마사지는 정리 운동이기 때문에 운동이 거의 끝났다는 의미다. 저 여성이 샤워장에 들어가면 아내를 만날 것이다. 나도 지금 운동이 거의 끝나가니 남성 샤워장에 들어갈 것이다. 아내는 내가 집에서 그림을 나를 것이라 생각할 것이니 내가 휘트니스 클럽에 온 것을 모른다. 샤워를 마치고 나온 아내는 샤워장에 들어간 나를 당연히 볼 수 없을 것이니 내가 아내를 만날 확률은 없다.
 벨트마사지를 하는 여성에게 텔레파시를 보냈다. 무언의 전갈을 보냈다. 나와 그 여성은 매일 만나는 사이지만 단 한 번도 눈길을 주거나 말을 섞은 적이 없다. 휘트니스 클럽에는 이상한 분위기가 있다. 20여 년간 휘트니스 클럽에 다니면서 여러 사람을 보지만 아는 체를 하거나 인사를 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이건 개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여성이 샤워장에 들어간다. 여성에게 집사람을 만나면 내가 밖에서 운동을 조금 더 하고 나면 샤워장에 들어갈 것이니 집에 가지 말고 내가 씻고 나올 때까지 기다려 달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그녀의 뒷모습에 아내에게 보낼 전갈을 쏘아 보냈다. 특별히 힘주어 보내지 않고 그저 바라는 마음을 실어 보냈다.
 그녀가 샤워장에 들어간 뒤에 나는 근육 운동 3개 코스를 더 하고 남성 샤워장에 들어갔다. 우선 손목에 차고 있던 탈의실 열쇠를 비누로 닦았다. 우한코로나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다. 그리고 샤워타올에 비누칠을 하고 그것으로 땀 흘린 몸을 닦았다. 언제부턴가 나는 내 몸을 사랑하기로 했다. 165cm의 비교적 작은 몸이지만 이 몸으로 유도를 했으며, 육군 병장으로 병역의 의무를 마쳤다. 미군이 쓰던 무거운 M1 소총을 들고 10km 무장 구보를 했고, 총을 잘 쏘아 특등 사수 자격증도 땄다. 제대한 뒤에는 하프마라톤을 20여 회 완주하였다. 그리고 이 몸으로 40년의 공직 생활도 무사히 끝냈다. 비누를 골고루 칠해가며 머리칼과 얼굴도 닦고 귀 뒷쪽도 깨끗이 닦았다. 씻는 동안 꽤 많은 시간이 흘렀다. 샤워를 마치고 마른 수건으로 몸을 닦고 나왔다.
 밖에 나온 나는 깜짝 놀랐다. 아내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내가 말했다. 00씨가 신랑이 운동하면서 밖에서 기다린다고 하여 집에 가지 않고 기다렸다고 한다. 내가 생각해도 이상하다. 어떻게 그 여성은 운동을 끝낸 사람이 아닌 운동을 하는 사람이 아내를 기다린다고 생각했을까? 그런데 그 상황은 내가 꼭 원했던 상황이다. 그 여성은 나와 눈인사 한 번 한 적이 없지만 오늘 내가 운동하면서 샤워장에 들어간 아내가 먼저 집에 가지 말고 내가 샤워를 하고 나올 때까지 기다려 달라는 내 마음을 알아들었던 것이다.
 정말 설명하기 어렵다. 세상에는 가끔 설명되지 않는 것이 있다. 하긴 설명되지 않는 것이 어디 이것뿐이랴. 사실 모든 것은 거의 설명되지 않는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물과 무생물은 설명되지 않는다. 설명되지 않아도 나는 그냥 세상을 산다.

 


맹기호 수필가


충남 아산 출생. 국제PEN한국본부 회원, 한국문인협회 회원국제PEN 경기지역위원회 감사, 경기수필가협회 회장 경기문학인협회 부회장, 문학과 비평 작가회 명예회장, 매탄고등학교장 역임.

시집 『 그리워서 그립다 』, 수필집 『 틈과 여백의 소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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