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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동칼럼] 국제정보에 둔감한 정부, 언제까지 변명만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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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동칼럼] 국제정보에 둔감한 정부, 언제까지 변명만 할 것인가
  • 김훈동 시인 · 전 경기적십자사 회장
  • 승인 2021.11.15 08: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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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동 시인·전 경기적십자사 회장
김훈동 시인·전 경기적십자사 회장

또 터졌다. 불화수소 등 3대 소부장에 혼줄이 난 이후 이번엔 요소수 대란이다. 국제 산업정보를 수집한다는 국정원, 코트라, 대사관, 자원을 관장하는 산업통상자원부 등은 손 놓고 있었다는 걸까. 뒤늦게 여기저기서 “불이야”하는 소리에 적잖아 당황하는 모습이 역연(亦然)하다. 물류·택배가 올스톱 위기다. 소방차, 구급차, 농기계까지 멈추게 생겼다. 요소수는 디젤차에 탑재된 ‘선택적 촉매 환원(SCR)’시스템에 쓰이는 제품이다. 배기가스에 요소수를 분사해 질소산화물을 깨끗한 물과 질소로 바꿔준다. 트럭과 버스 등 현재 출시된 대부분 디젤차에는 SCR이 의무 장착된다. 이 차량은 요소수가 없으면 시동이 걸리지 않거나 출력이 제한된다. 요소는 경유차의 발암물질 배출을 줄여주는 요소수의 주원료다.

‘사전에 정보 파악이 안 됐다. 처음에는 비료 문제 정도로 생각했다 요소수의 중요성도 실감하지 못했다.’등이 솔직한 생각일 듯하다. 청와대는 “대통령 임기 말 공무원들이 안 움직이는 게 눈에 보인다.”고 했다. 김부겸 국무총리도 “초기에 조금 적극성을 띠고 했다면 상황이 악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있다.”며 “아프게 반성한다.”고 밝혔다. 허둥지둥하는 걸 보면 ‘정부의 존재 이유가 뭘까’하는 의구심마저 갖게 한다.

지도자는 예견하는 지혜가 있어야 한다. 나무 이파리가 흔들리며 큰바람이 불 것이라든가 미중 간 무역전쟁이 불거지면 분명 불똥이 튈 거라는 것을 미리 알아채야 한다. 정부는 3년 전부터 중국 호주 간 무역 갈등을 강 건너 불 보듯했다. 중국이 지난달 15일 석탄 부족을 이유로 요소수 수출 제한조치를 취했다. 경고음을 알아채지 못한 탓이다. 경유차 비중이 높은 유럽이나 이웃 일본은 느긋하다. 요소수를 자체 생산하고 있기에 그렇다. 우린 채산성이 낮다고 2011년부터 생산을 중단하고 중국에 90% 이상을 의존한 결과다. 요소수를 파는 주유소마다 마스크 대란 당시처럼 길게 줄을 섰다. 중국의 수출 통제가 언제 해지될지 미지수다. 한국의 요소수 위기나 유럽의 마그네슘 위기도 중국이 의도적으로 목죄기 하는 것이 아닐까. 걱정이다. 요소수 생산라인을 구축하는 데 2~3년이 걸릴 것이라는 게 국내 화학업계의 전망이다.

해외 의존도가 높은 것은 요소수 문제만이 아니다. 산화 텅스텐 등 1,850개 품목의 중국 의존도가 80%를 넘는다. 2차전지 소재인 수산화리튬처럼 특정 국가에 80% 이상 넘게 의존하고 있는 품목이 자그마치 3,941개나 된다. 일본의 수출규제에 핵심 반도체 3대 소재 중 불화수소의 일본 의존도는 41.9%에서 13.2%로 하락했다. 하지만 일본이 독보적인 생산기술력을 갖고 있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는 82.6%에서 93.1%로 오히려 올랐다. 포토레지스트는 93.2%에서 81.2%로 다소 줄었지만 대일수입액은 오히려 증가했다. 소부장 100대 품목도 31.4%에서 24.9%로 줄었다. 정부가 “소부장 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했다.”고 하기엔 여전히 대일 의존도가 높다. 그래도 당시에 정부는 수출 규제 품목에 대한 전수 조사를 실시하며 치밀한 대응에 나섰다. 이번엔 달랐다. 요소수 수급 대란의 문제의 심각성을 뒤늦게 파악했다. 책임도 공무원의 복지부동 탓으로 돌렸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께서는 지나친 불안감을 갖지 마시기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국적으로 요소수 품귀현상이 지속되면서 화물차·건설 중장비 등 건설업체와 트랙터·콤바인·경운기 등을 보유한 농가들의 시름도 이어지고 있다. 농산물 출하에 차질을 빚을까 우려된다. 대한민국은 경유차의 천국이다. 등록대수가 40%에 육박한다. 정부가 한동안 친환경차로 간주했다. 우리가 원죄(原罪)를 지고 있다. 시급히 발등의 불을 꺼야 한다. 100년 뒤에도 국가흥망의 원리는 같다. 자원을 가진 강자들의 움직임을 직시해야 한다. 먼저 돌을 놓는 자가 모든 것을 거머쥔다. 자원 안보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가져야 한다. 안정적인 요소수 공급을 위해 요소 수입을 서둘러야 한다. 글로벌 네트워크를 총동원해 어떻든 시급히 요소를 확보하는 노력이 있어야 국민 불안심리를 잠재울 수 있다. 생계가 걸린 문제다. 요소 1톤은 증류수를 섞어 요소수 3톤이 된다. 자원외교가 어느 만큼 중요한지를 실감했을 것이다. 유영민 대통령비서실장도 “조금 더 일찍 이런 사태를 예견하고 준비해 왔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있다.”며 “뼈 아프다.”고 말했다. 자원보유국들은 원자재를 무기로 삼을 수 있어 특정 부품의 공급 부족은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 경제엔 국경이 없다.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격이 되지 않도록 무역 다변화와 함께 수입 의존도가 높은 화학 원자재 부족에 대한 근본적 대책을 수립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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