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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희의 문학광장] 사람의 길, 누가 우리를 부르려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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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희의 문학광장] 사람의 길, 누가 우리를 부르려 하는가
  • 정명희 수원문인협회 회장
  • 승인 2021.10.01 17: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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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희 수원문인협회 회장
정명희 수원문인협회 회장

가을비가 촉촉하게 내리는 저녁 모처럼 만난 행궁동 거리에서 빛의 축제는 이루어졌다.

그 거리에서 수원문인들은 시민들과의 조촐한 만남을 인문학의 소통에 맞추고 몇 개월 함께 한 소기의 성과를 발간 기념회에 포커스로 맞췄다. 실제 운영은 문학을 좋아하는 시민들을 위해 월별로 유명강사를 초청하여 문학 강좌를 통해 조심스럽게 글쓰기 입문과정에 들어간 일이었다. 의외로 참가자들은 글에 대한 호기심이 많았고 문학적 정서의 수준이 높았다. 그 중 칠십이 넘는 고령의 남성 한 분이 눈에 띄었다. 있는 듯 없는 듯 강좌에 참여하여 조심조심 문학의 발걸음을 내딛는데 의외로 문장이 무난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취미는 라이더 활동이었으며 손주 보는 일과 라이더 활동에 심취하는 것이 주 활동인 듯 했다.

이제까지 만남 사람 중에 저렇게 남자분이 조심스럽고 생각이 깊은 사람은 처음 만났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목소리도 행동도 어느 일반인들과는 상대도 안 될 만큼 격이 있다는 생각이 은연중에 들게 하여 도리어 내 자신의 행동을 살펴보기 일수였다.

그는 라이더 활동에 대한 내용의 글을 주류로 했으며 딸에 대한 시 쓰는 것을 좋아했다. 어느 순간엔가 주저 없이 회원들 단톡방에 본인의 새 글을 작성하여 올려 주었다. 시간이 가면서 여러 가지 공사다망한 일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분만의 글을 읽어 주려고 노력했으며 약간의 첨삭지도도 하게 되었다.

가끔 우리는 〈왜 사느냐〉에 골몰한다. 이제 우리들의 나이가 되면 왜 사느냐보다 어떻게 살아가느냐가 더 중요하다. 적어도 사람이 살아가는 길에 대해서는 알 필요가 있고 그 답에 대한 의문도 풀어야 하겠지만 생각만 하다가 그저 밀쳐버리기 일수다. 사람이 살아가는 길, 그 중에 첫 번째가 먹고 자며 건강하게 삶을 유지하는 일일 것이다. 요즈음 친환경식품에 대해서 많이 연구들을 하고 건강식품을 챙겨 먹어서 그런지 나이가 들어도 지치지 않으며 나름대로의 취미생활에 적절하게 참여할 수 있다. 집집마다 식생활 방법을 개선하기 위하여 애를 쓴다. 우리 집 역시 소식과 채식에 관심을 두고 잡곡밥에 약간의 반찬으로 끼니를 때우는 일에 적극적이다. 아침은 과일과 생선 약간, 채소 겉절임으로 해결하며 간식은 고구마나 야채 전을 병행하여 만들어 두고 시간차를 두고 조금씩 먹는다. 그 사이에 비타민 C와 눈에 좋은 약과 딸아이가 가지고 온 건강식품을 챙겨 먹는 일에 익숙하다. 이 대목에서 가끔 고민이 된다. 먹는 일에서 자유로우며 조금 더 정신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일에 몰두한다면 얼마나 삶의 질이 향상 되겠느냐 하는 것이다. 우리 작가들은 그런 면에서 조금은 행복하다. 힘이 들 때나 궂은일, 또는 이러저러한 슬픈 일, 아픔 등을 희석시키기 위하여 글쓰기에 매진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글쓰기에 빠지면 일상생활의 자질구레한 일들은 관심이 가지 않는다. 그것이 참 다행스러운 일이다. 물론 곁에 있는 반려자들은 불편하고 힘이 들겠지만 작가들은 그렇게 글쓰는일에 몰두하지 않으면 머리에 쥐가 난다며 아우성일 것이다. 나 역시 세상에서 잘 살아가는 일이 글쓰는 일이라고 자부한다. 휴일 날 어쩌다 집에서 소일하다 보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글을 쓸 수도 없고 다른 일도 할 수 없다. 정리할 일이 많다는 뜻이다. 그래도 얼마간의 시간에 휴식을 덧입히고 나면 에너지가 충전이 되어 다시 글쓰기에 전념하게 된다. 다른 어느 일을 하는 것보다도 더 성취감이 높다. 하지만 집안일을 하면 허리가 아프고 골이 아프고 짜증까지 난다. 그러니 어찌 하겠는가 잘못 쓰는 글이라도 글을 쓰려고 애를 쓸 수 밖에.

다시 돌아가면 그 시민 라이더에게 기쁜 짐을 짊어 주었다는 것이다. 바로 수원문학으로 등단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것이다. 그 분은 고령임에도 차근차근 도전하여 몇 편의 시를 정리해서 가지고 왔다. 심사위원들은 한결같이 그런대로 무난하다며 당선작으로 선정해 주었다. 시인으로 등단하는 순간이었다. 그의 당선소감은 간결하지만 힘이 들어 있었다. 노익장이면서도 당당한 그의 포부가 마음에 들었다. 그 중 한편의 시 제목 「라이더, 구름 위를 날다」를 보면 저절로 그의 삶이 얼마나 윤기 있게 흘러가고 있는가를 직감할 수 있다. 그는 초조해 하지도 바빠하지도 않는 삶을 살고 있다. 시인으로 당선 되면 제일 먼저 하고 싶은 일이 있다고 했다. 라이더 동료들과 동인지를 꼭 내고 싶단다. 박수도 쳐 주고 싶지만 그 전에 자신의 개인 시집을 꼭 내시라고 당부하고 싶다. 시인은 취미생활이 아니라는 것이다. 시인으로서 당당할 수 있는 시인정신과 소명감으로 시인의 길을 가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머잖아 그는 시집을 낼 것이고 라이더들의 동인지도 선보일 것이다. 사람이 가는 길, 어떻게 사느냐가 아니고 어떤 길로 가려고 하는가가 답이 될 것이다. 뒤 늦은 시인의 길에 선 그 분의 길에 사람이 사는 멋진 풍미가 시로서 더 충만해 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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