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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동 칼럼] 이건희 기증 명품전은 유일한 세계적 걸작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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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동 칼럼] 이건희 기증 명품전은 유일한 세계적 걸작전이다.
  • 김훈동 시인 · 전 경기적십자사 회장
  • 승인 2021.09.12 13: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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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동 시인·전 경기적십자사 회장
김훈동 시인·전 경기적십자사 회장

코로나19로 관람 인원이 제한받다 보니 예약이 ‘하늘의 별따기’라 할 만큼 어렵다. 지난달 말 국립중앙박물관 故 이건희 기증 명품전 ‘위대한 문화유산 함께 누리다’를 관람했다. 9797건 2만1600여 점 가운데 시대와 분야를 대표하는 명품 45건 77점이 전시됐다. 이 중 국보와 보물이 28건이다. “문화유산을 모으고 보존하는 일은 인류 문화의 미래를 위한 것으로서 시대적 의무다”라는 고인의 뜻을 관람하는 2시간여 내내 읽을 수 있었다. 청동기와 초기 철기시대 토기와 청동기, 삼국시대 금동불, 토기, 고려 시대 전적, 사경, 불교미술, 청자 조선 시대 전적, 회화, 도자, 목가구 등 컬렉션이 당대의 최고 기술과 디자인을 보여준다. 다양한 기증자의 철학과 서사가 더해진다.

고려시대 불교 경전을 은으로 옮긴 법화경 사경 ‘묘법연화경’, 화려한 금선 그림으로 화엄경이라 부르는 ‘대방광불화엄경 보현행원품’, 종이에 목판 인쇄한 대장경 ‘초조본 대반야바라밀다경‘, 두루마리 형태의 ’초조본 현양성교론‘ 한국 불교에서 가장 중요한 경전으로 국보다. 비단에 섬세한 아름다움의 극치 ’수월관음도‘, 달이 맑은 물에 비치듯 많은 사람을 구제한다는 뜻을 담은 관음보살도이다. 그림으로 전하는 고려 유일한 ’천수관음보살도‘ 무수히 많은 44개의 손과 눈으로 중생을 구한다는 ’천수관음보살도‘는 그림이 전하는 고려 유일한 작품이다.

삼국시대 금칠을 한 8.8cm ‘일광삼존상’, 고매한 정신세계를 보여주는 금도금 ‘보살’ 국보다. 미소가 정겨운 금박 ‘반가사유상’, 금빛 깨달음의 광채 금도금 ‘부처’ 등 기증자의 가치를 돋보이게 한다.

이밖에 국보인 초기철기시대 권력을 상징하는 ‘청동방울’, 세종대 한글 창제를 보여주는 ‘석보상절’과 ‘월인석보’ 등 한글 전적을 통해 15세기 훈민정음 표기법, 슬기로운 한글 서체와 편집디자인 수준을 확인할 수 있다. ‘월인석보’는 석가모니 일대기와 설법을 한글로 편찬한 최초의 목판인쇄 책이다. 현대에 없는 발음과 글자, 글자 왼쪽에 방점을 찍어 음의 높낮이 표시, 한자음 표기 때 끝소리가 없어도 ‘ㅇ’을 썼음을 알 수 있다.

명품전에 걸린 조선시대 그림은 단 두 점이다. 그 중 하나가 기증품 중 독보적 가치를 지닌 겸재 정선(1676~1759)의 인왕산의 비 갠 경치를 그린 ‘인왕제색도(仁王霽色圖)’다. 76세의 노대가(老大家) 정선이 눈길과 발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는 인왕산을 자신감 있는 필치로 담아낸 최고의 역작이다. 필력이 씩씩하면서도 예스러우며 먹빛이 깊고 흥건하며 진경산수의 으뜸 그림이다. 일상의 풍경을 영원한 예술로 포착한 정선의 인왕산 그림에 후대의 찬사가 쏟아지는 이유다. 국보 제216호인 ‘인왕제색도’는 세계에 자랑하는 한국 미술의 얼굴이다.

다른 한 점은 보물인 단원 김홍도(1745~1806)의 ‘추성부도’다. 그의 마지막 작품이다. 그림 전체적으로 힘이 빠져 있다. 말년에 아프고 가난했던 단원의 모습이 담겨져 있다. 그림 한가운데 한 칸짜리 집이 있고 창문을 통해 늙은 선비 한 명이 책상 앞에 앉아있는 모습이 보인다. 어린아이 한 명이 밖에서 그를 부른다. ‘추성부’는 송나라 구양수가 쓴 시다. 낙엽 떨어진 늦가을에 바람 소리를 들으며 떠 오른 시상을 읊은 작품이다. 단원은 시를 그림으로 옮긴 뒤 왼쪽 한켠에 자필로 시를 써넣었다. 인물보다는 나무, 달빛, 어스름한 분위기를 나타냈다. 색을 다채롭게 쓰는 단원이지만 이 그림에선 인물의 이목구비를 몇 가지 선만으로 잘 그렸다. 작품 한가운데 노인은 구양수를 나타냈지만 김홍도의 자화상으로 읽힌다. 단원의 경쾌한 선은 어디로 가고 마른 붓질로 사각사각하는 건조한 가을 바람 소리가 들리는 듯 그렸다. ‘추성부도’는 김홍도가 죽기 직전 병들고 쓸쓸한 모습을 담은 유작이라 관람하는 내내 마음이 아리다. ”전통문화의 우수성만 되뇐다고 해서 우리 문화의 정체성이 확립되는 것은 아니다. 보통 사람들이 하루하루 살아가는 일상이 정말 ‘한국적’이라고 느낄 수 있을 때 문화적인 경쟁력이 생긴다.“ 그가 생전에 쓴 에세이 한 토막이 박물관을 나서는 필자에게 깨달음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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