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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희의 문학광장] 2월의 변명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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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희의 문학광장] 2월의 변명을 찾아서
  • 정명희 한국문인협회 수원지부 수원문인협회장
  • 승인 2021.02.23 12: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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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희 한국문인협회 수원지부장
정명희 한국문인협회 수원지부장

 

해마다 봄이 오기 전 몇 번의 추위가 다녀간다. 이번 봄추위는 나에겐 유난히 추운 겨울의 연장으로 기억된다. 어쩌면 봄이 빨리 오기를 간절히 기다려서 그런지는 모르지만 면역력이 약해선지 추위도 심하게 타기 시작했다. 온도가 영하로 내려가는 날들이 살면서 왜 없었으랴만 운전을 하고 약 20분 정도의 거리가 되는 집으로 오는 동안 히타를 틀지 않으면 영낙없이 두 세 시간은 있어야 발이 녹는다. 얼음장이라는 말이 딱 맞을 정도로 손발에 냉기가 돌면서 건강 장판에 50도가 넘도록 온도를 올려놓는데도 잘 녹지 않는다. 얼마 전에는 유례없는 강추위가 몰려오더니 수십 센티가 넘는 폭설이 내렸더랬다. ‘왜 이렇게 날씨가 추운 거야’ 중얼거리기도 하며 공연히 필요 없는 불평까지 서슴없이 하고 있는 자신을 보며 면역력이 떨어졌다고 스스로 위로까지 했다. 생각해 보더라도 추위를 평소에 겪어 보지 않은 사람처럼 피부로 느끼고 있다. 2월은 대명사가 「봄을 기다리는 달」이라고 볼 수 있다. 딱 맞는 말이다. 그러면 봄을 어떻게 기다릴까. 서둘러 해토(解土)를 기다리는 수 많은 봄의 전령사들에게 물어 보고 싶다.

이월에는 봄을 기다리는 분주함이 전혀 느껴지지도 않으려니와 분위기 자체도 을씨년스럽기 때문이다. 채 물러가지 않은 동장군의 늑장 때문이기도 한데 봄을 위한 부산한 준비는 미미하게나마 감지된다. 개울가 버드나무에 단단하게 쌓여 있는 잎눈의 도드라진 탱탱함이 그렇고 거무스레했던 거리의 나무줄기가 푸른 암녹으로 조금씩 속을 드러내는 것도 그러하다. 또 챙겨 보면 한 낮에 햇볕비치는 곳에 조그만 풀들이 배시시 고개를 내밀기 시작한 것에서도 봄은 시작되었음을 분명 알리고 있다.

2월의 변명은 이제부터다. 「나는 엄연히 겨울에 속해 있고 그 임무에 충실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원하든 원치 않든 다가올 봄의 기미는 알려야겠기에 감히 변칙을 쓸 뿐이다. 변화무쌍한 온도의 변화와 날씨의 변덕이 바로 그렇다. 아침에는 영하의 날씨가 되어 손발이 얼 정도로 추워서 바깥 행보를 더디게 한다. 햇볕이 정조준하여 머리 위를 지나갈 때는 아무리 추워도 엄동설한의 추위와는 비교도 안 된다. 그런 날들의 반복 속에 겨울에는 무조건 반기던 눈을 이월에는 올 때와 사라질 때의 모순적인 눈의 뒷면을 너무나 잘 보여 주기 때문에 삭막함을 배경으로 깔아 놓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이월의 변명을 그대로 해석하고 믿어서는 안 된다. 이월은 그래도 정직한 모습을 담고 있다. 결코 현란하지도 칙칙하지도 않으면서 기다림의 정석을 보여주려 애쓰는 것이 담겨 있다. 준비는 제대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씨앗의 잉태로 톡하면 터져서 머리를 쑤욱 내밀 것만 같은 대지의 부풀음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면 이월의 변명을 더 듣기 전에 접해 본 오세영 시인의 「전쟁같은 봄」을 기다려 보자. 

<봄은 전쟁처럼>/ 산천은 지뢰밭인가/ 봄이 밟고 간 땅마다 온통/ 지뢰의 폭발로 수라장이다./ 대지를 뚫고 솟아오른/ 푸르고 붉은/ 꽃과 풀과 나무의 여린 새싹들/ 전선엔 하얀 연기 피어오르고/ 아지랑이 손짓을 신호로/ 은폐 중인 다람쥐, 너구리, 고슴도치, 꽃뱀---/일제히 참호를 뛰쳐 나온다/ 한 치의 땅/ 한 뼘의 하늘을 점령하기 위한 격돌/그 무참한 생존을 위하여/봄은 잠깐의 휴전을 파기하고 다시/ 전쟁의 포문을 연다.
진정 오세영 시인은 한국사람임에 틀림없다. 그러하기에 봄을 기다리는 마음에서조차 전쟁에 비유하고 남북한의 휴전을 대입시키지 않았는가.   

또, 천상병 시인은 <봄을 위하여>에서/ 겨울만 되면/ 나는 언제나/ 봄을 기다리며 산다.입춘도 지났으니/ 이젠 봄기운이 화사하다./ 영국의 시인 바이런도/ '겨울이 오면/봄이 멀지 않다'고 했는데/ 내가 어찌 이 말을 잊으랴?/ 봄이 오면/ 생기가 돋아나고/ 기운이 찬다.봄이여 빨리 오라./ 라고 시인은 희망을 이야기 한다. 

또 김소엽 시인은 <이른 봄의 서정>으로 눈 속에서도/ 봄의 씨앗은 움트고/ 얼음장 속에서도/ 맑은 물은 흐르나니/ 마른 나무껍질 속에서도/ 수액은 흐르고/ 하나님의 역사는/ 죽음 속에서도/ 생명을 건져 올리느니/ 시린 겨울밤에도/ 사랑의 운동은 계속되거늘/ 인생은/ 겨울을 참아내어/ 봄 강물에 배를 다시 띄우는 일/ 갈 길은 멀고/ 해는 서산 마루에 걸렸어도겨울이 지나면/ 봄은 오게 되어 있나니/ 서러워 마라/ 봄은/ 겨울을 인내한 자의 것이거늘/
이라고 썼다. 

나는 이것이 이월의 변명이라고 첨삭한다. 왜 그 많은 달 들 중에서 특히 이월의 변명을 듣고자 하는가. 이미 우리는 춥고 냉혹한 겨울에서 지쳤고 누구나 할 것 없이 봄을 기다리는 마음이 팽배해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월의 책무가 그 대목에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

그리고 이월은 짧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주위의 사물들의 질타에 못 견디기 때문이리라. 하루라도 빨리 칙칙한 겨울에서 벗어나 조금이라도 봄이 오는 몸짓을 보여 주어야 하기 때문이리라. 이런 이월에게 변명의 기회를 한 번 더 주자면 이월은 준비하는 봄이고 잉태하는 봄이며 수줍은 희망의 나래를 펼쳐 보려고 애를 쓴다는 소리를 듣고 싶은 것이다. 두껍고 묵직했던 묵은 옷을 내다 버리는 일은 이월에 한다. 그리고 새 봄을 맞는 지극한 정성으로 옷매무새를 고치고 봄옷으로 갈아 입기위해 옷장을 정리한다. 무채색에서 유채색으로 변화하는 시간의 손을 잡고 이월에는 변신을 꿈꾸어야 한다. 

올해의 이월에게는 남다른 주문을 할 수 밖에 없다. 재채기라도 하려고 하면 눈치가 보이는 이 각박하고 답답한 현실에서 탈피할 수 있게 쾌청하고 맑은 공기와 신선한 자연을 보게 해달라는 것이다. 아무리 아름답고 화사한 산과 들이면 무엇하랴. 공기는 썩고 오염이 되어 스치는 것마다 바이러스의 온상이 된다면 그 얼마나 우울한 일상이 되겠는가.

끝으로 이해인 수녀님의「봄 편지」를 기다리며 이월의 수줍은 변명을 받아 드리자. 새로히 펼쳐질 새 봄을 위하여.  

하얀 민들레 꽃씨 속에/  바람으로 숨어서 오렴/ 이름 없는 풀섶에서/잔기침하는 들꽃으로 오렴/  눈 덮인 강 밑을/ 흐르는 물로 오렴/ 부리 고운 연둣빛 산새의 / 노래와 함께 오렴/ 해마다 내 가슴에/ 보이지 않게 살아오는 봄/ 진달래 꽃망울처럼/ 아프게 부어오른 그리움/ 말없이 터뜨리며/ 나에게 오렴

설레이는 맘으로 이번 이월에는 제대로 된 봄을 준비하는 작전을 제대로 한번 우리 모두 짜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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