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이라는 이름의 시(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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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이라는 이름의 시(詩)
  • 정명희 한국문인협회 수원지부장.
  • 승인 2020.11.13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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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명희 한국문인협회 수원지부장.
▲ 정명희 한국문인협회 수원지부장.

수원문학의 중심이 되는 스토리를 말하라고 하면 누가 뭐래도 조선조 제 22대 왕인 정조대왕의 이야기를 바탕에 놓을 수밖에 없다. 그 분이 쓴 글을 읽어보려고 여러가지 자료를 찾아보기도 했다. 수원은 정조의 글과 사상 속에서 흐르는 깊은 정기가 저변에 자리 잡고 있다. 또한 수원문학의 맥 속에도 정조대왕의 정서가 분명히 있다.

생각하지 않으려 해도 들어나는 정조의 발자취가 수원에서는 깊숙이 배어 있으니 더욱 그러하다. 특히 하루를 걷고 숨 쉬고 말하고 생각하는 자리인 수원의 중심 행궁광장과 행궁길에 서노라면 더욱 더 요동치는 과거와 미래의 연장선에서 문인 정조를 만난다. 그 역사의 행간 속에서 오늘이라는 명제가 묘하게 얼비치며 이음새의 철학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어쩌면 태곳적 신비로움의 요람 같아서 때로는 숙연해지기도 하고 때로는 비슬한 기운을 접하기도 하는 수원이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리라.

드러나지는 않지만 몇 년 전 수원문인협회에서 자체적으로 등단한 문인들을 조사해 보니 근 380여명이나 되었다. 이렇듯 문인들이 유난히 많은 이유도 그런 기운을 따라가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이 곳 수원에 누가 불러 왔는지 내가 있고 우리가 있다. 그리고 수원의 문인들이 숨 쉬고 나누는 수원문학인의 집이 있다.

코로나 19 덕분이었을까 아니면 그런 것들을 핑계로 문학인의 집에 침잠하고 싶어서였을까. 그러면서 몇 개월 분주하게 지내다 보니 분명히 지피는 것이 있다.

거꾸로 멈춰있는 것 같은 시간을 시에 담아 반전의 공명을 끌어내기로 했다. 어느 누구 할 것 없이 혼미한 시간을 그런대로 잘 견뎌 낸 이유들을 조심스럽게 몇 갈래의 시를 담아 그림으로 펼쳐 보이려 했다.

10월 15일 가을 햇볕을 따라 광교산 입구에 들어 선 우리는 서로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시화현수막을 펼치고 있었다. 가을바람은 설레임이 물씬 묻어나는 우리 문인들의 마음을 읽었는지 향긋한 가을냄새를 몰고 곁에서 머물고 있었다. 이미 물들기 시작한 낙엽냄새와 저수지의 물결은 잔잔하게 우리의 가슴을 흔들어 놓기 시작했다. 삼삼오오 담소를 하며 75개나 되는 시화를 걸고 있노라니 어느새 저녁이 가까워졌다.

그 중 밝덩굴 작가님의 사투리 섞인 시는 가히 일품이었다. 얼마나 갇혀 지내셨으면 그 답답함을 넌지시 상징적인 시로 우리들에게 웃음을 선사하셨는지.

광교호수 친구 <전문> 요새, 나갈 수 없었잔유/두어 달 남짓 안 갔다구/마룻길 녹슬까마는/천둥오린 반갑다구/물 저으며 꾸벅하네/“여어이/박생 아닌감.“/그 목소리 그리워/두어 달 남짓 안 갔다구/꽃동산 흴까마는/산비둘기 반갑다구/이 산 저 산 끌어 오네/어깨 툭,/치는 손길에/마주하니 눈 그렁. <밝덩굴/시인>*사투리로 쓴 곳도 있습니다.

오고가는 시민들과 등산객들이 차츰차츰 모여들며 시 한 편 한 편을 읽어 내는 모습을 보고 함께 가을 속 시의 세계로 푹 빠져 들어가는 기분이 되었다.

시집을 함께 만들어 서로 나누기도 하고 팬 싸인회도 가지며 잠시나마 사회적 거리두기를 잊으려고 애를 쓰기도 했다. 시와 그림이 있는 시간, 시화 동영상으로 시인들의 시를 다시 접하며 만나고 행하는 모든 일이 행복했다. 그 모든일들이 서로서로 간절하게 누가 말한 저도 없는데 자연스럽게 이루어진 것에 대한 뿌듯함이 밀려 왔다. 조금씩 마음이 모아지는 기회가 정알 감사하게 느껴졌다.

내일은 분명 오늘이라는 시간을 딛고 온다.

우리 문인들의 내일은 분명 오늘이 있기에 존재한다. 내일을 위하여 수원의 문인들이여! 오늘은 희망이라는 이름의 시詩를 수원의 창공에 멋지게 걸어보자.

문득 올해의 노벨문학상 수상작/ ‘루이스 글릭’의 시편 『눈물꽃』에서 생명의 요동침을 공유했으면 하는 마음이 든다. 이 모든 것은 지나가고 우리는 창밖으로 한 줄의 시를 걸어 두리니...

<나는 지금 외로운가 그렇다. 하지만 당신과 함께 다시 외친다. ‘좋아, 기쁨에 모험을 걸자.
새로운 세상의 살을 에는 바람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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