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있는마을/울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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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가있는마을/울 엄마
  • 김선우
  • 승인 2020.10.08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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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우
김선우

아침 출근길
아스라한 안개 속을 달리는 차창 밖으로 
불현듯 울 엄마의 얼굴이 보입니다.
어릴 적, 아주 어릴 적
몸 배 바지에 노란 적삼저고리 입으신 채
머리에 나무 가득 이시고
산비탈을 내려오시던 울 엄마.

소풍날이면
아들이 너무 좋아하던
계란반찬에 찰밥지어
노란 보자기에 바리바리 싸주시던
울 엄마.

철들기 시작한 아들
사람 잡는다는 공수부대 보내놓고
반은 살고 반은 죽은 채
하루를 1000일로 보내신
울 엄마.

당신 손잡고
40년 지난 남편무덤 찾을 때면
그저 우리 새끼들 살펴 달라 
가슴으로 애원하며 태연히 울먹이는 
울 엄마.

가끔, 아주 가끔
하루 다르게 커가는
손주 손녀 데리고 당신께 갈 때면
호주머니 쌈짓돈 두 손에 쥐어 주고
사랑한다 표현 어찌할 줄 모르고
그저 이쁘다 이쁘다 하시는
울 엄마.

엄마, 사랑하는 울 엄마
엄마를 생각하면
고마움과 감사함이 덜하다 못해
눈물이 말보다 먼저 앞을 가립니다.
내 세상풍파 아무리 힘들다 한들
어찌 당신 풍파 비하리오.

차창 밖으로 흩어지는 가을 낙엽이
황금 길을 만듭니다.
올해는 당신 손 꼭 잡고
빨갛게 익어가는 이 길을 걷고 싶습니다.

엄마, 울 엄마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당신은 내 가슴에 잠겨있는
빨주노초파남보 여인이기에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

[사진=사진작가 이민우]
[사진=사진작가 이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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