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인권 보호와 의료사고의 실체적 진실 규명 등을 위한 다각적 방안 마련이 절실하다. 이런 측면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최근 '병원 수술실 폐쇄회로(CC)TV 설치 의무화'를 법제화해달라고 요청하는 내용의 편지를 여야 국회의원 전원에게 보낸 건 주목된다.
수술실 CCTV 설치는 환자들이 안심하고 수술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는 최소한의 방안이기에 사업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수술실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입법이 필요하다는 취지이다. 병원 수술실에서 대리수술을 비롯한 불미스러운 사건들로 인해 환자와 병원 간 불신의 벽이 매우 높기에 수술실 CCTV 설치는 환자들의 신뢰를 확보할 수 있고 결국 환자와 병원, 의료진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아닌 게 아니라 경기도는 2018년 10월 전국 최초로 도의료원 안성병원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해 5월에는 수원, 의정부, 파주, 이천, 포천 등 도의료원 산하 6개 병원 전체에 수술실 CCTV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환자와 가족들의 만족도가 무척 높다는 설명이다.
CCTV의 순기능에도 불구하고 의료계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의사단체는 의료진을 감시하면 점점 의사들이 수술을 피하게 될 것이고, 수술을 하더라도 소극적으로 진료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기록한 CCTV 영상이 외부로 유출되면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도 반대 논리 가운데 하나이다. 정보유출을 걱정말라고 하는데 주로 정보관리자가 아니라 해킹에 의해 정보가 유출되기에 원치 않게 해킹으로 신체 부위나 개인정보가 노출될 수 있음을 걱정하고 있다. 틀린 말을 아니다. 지난해 참여연대 공익법센터가 발간한 이슈 리포트를 보면 개인정보 유출 오남용 사례 중 해킹 유출이 52.3%에 달했다. 개인정보 유출 방안을 마련하되, 공익성 제고 측면에서 수술실 내 CCTV 설치는 수용하는 게 시급하다고 본다.
수술실을 기록하는 시스템은 외국에도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캐나다 토론토의 세인트 마이클스 병원은 수술실에 ‘블랙박스’가 있다. 카메라와 마이크로 수술 전 과정을 녹화·녹음한다. 수술실 블랙박스는 의료사고 예방을 위해 만들었고 데이터를 이용해 수술환경을 개선하기도 한다. 블랙박스는 CCTV보다 훨씬 자세하게 수술실을 기록하지만 더 나은 수술을 위해 의료진이 먼저 도입한 장치였다. 이러한 국내외 사례를 고려, 21대 국회에서의 관련 법안 통과를 기대한다. 수술실 CCTV 설치는 의료 선진국으로 가는 길목에서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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