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색의 상징적 의미는 자연과 환경 보호 등을 나타내는 색이다. 생태주의, 환경제일주의를 내세우는 기업들이 주로 사용하는 색이며, 전기·전자 제품에서 녹색은 정상 작동, 안전 등을 나타낸다. 또한 흥분된 사람들조차도 진정시키는 색으로 도시 생활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휴식과 에너지를 재충전해 주는 평온한 이미지로 주목받는 색이다. 초록색은 원래 무질서와 위반의 상징이었고, 특히 프랑스에서는 불행을 부르는 색이었다. 사람들은 초록색 에메랄드를 꺼렸으며, 하인과 광대의 색이라 생각했고, 초록색 표지의 책은 팔리지도 않았다. 초록색의 이미지를 바꾼 건 뉴턴의 스펙트럼 발견이었다. 위험한 빨간색의 보색인 초록색은 안전한 색이란 해석이 퍼졌고, 1780~1840년 통행을 허가할 때 초록 불을 켜주는 것이 관습이 되면서 초록은 ‘자유’의 상징색이 되었다.
종교적인 의미에서 에메랄드빛인 초록색은 이슬람교도들에게는 신성한 색이다. 기독교 미술 회화에서는 희망과 성장의 상징으로 사용되기도 하였다. 또한 불멸성을 상징하기도 한다. 석가모니는 대개 초록색을 배경으로 그려져 있는데, 이것은 모든 인간들의 일시적인 인간화 뒤의 영원한 삶을 상징하는 것이다. 그리스도교에서 초록색은 봄의 색상으로써 부활과 영생을 기원하는 희망을 의미하기도 한다.
초록색은 대부분 긍정적인 이미지가 떠오르지만 반면에 독을 나타내기도 한다. 자연염료가 아닌 인공염료로 녹색을 만들려면 많은 양의 독을 필요로 한다. 과거 화가들은 녹색을 만들기 위해서 구리에 초를 섞어 녹색을 만들거나 비소를 넣어 만들기도 했다. 나폴레옹의 죽음에 대한 여러 가지 설중 하나가 주변의 녹색에 의해 비소로 인한 만성 중독임이 밝혀졌다. 유난히 녹색을 좋아했던 그는 많은 양의 인공녹색 염료를 만들게 했고 자신의 주변을 녹색으로 치장했었다. 이런 이유로 SF영화의 외계괴물의 피나 점액들은 대부분 녹색으로 표현되고 있다. 붉은 피와 반대되는 색으로 혐오감을 주기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이런 과학적인 비소의 표현이기도 하다. 셰익스피어는 오셀로에서 질투를 녹색 눈의 괴물이라 비유하기도 했다. / 유미란· 컬러엠 대표·광운대 외래교수
